'엄숙' 과 '진지함' 의 영역에 웃음과 유머를 들이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머 북한이나 다른 독재국가 이런데 찾을거
없다. 그냥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바로 그런 폐쇄적인 공간이니까. 이 땅에 살고 계신 분들은 어찌나 매사에 진지하신지
정치나 지식의 영역에서 쇼맨십을 발휘하는 사람을 결코 눈뜨고 보질 못한다. 김제동이나 김미화 같은 '딴따라' 들이 정치를
입에 올리는 것을 못견뎌하며 날려버린 이들과, '나꼼수' 가 논객의 반열에 오르는 것에 혐오감을 감추지 않은 '지식인' 들은
그 폐쇄성과 우월의식의 측면에서 다를게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린 김미경이라는 또 한명의 유쾌한 멘토를 잃었다.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정말 그녀는 그토록 죽을 죄를 지은 것일까? 논문 표절의혹을 옹호하자는건 아니지만,
우리가 언제 이토록 표절에 가혹하게 대한 적이 있단 말인가? '문도리코' 문대성은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뱃지를 가슴에
달고 호의호식중이고, 허태열은 심지어 청와대 비서실장님이 되셨다. 정상적인 국가에서라면 감히 공직에 오를 엄두도 못낼
그들을 끌어내릴 힘도 의지도 없는 우리들은, '김미경 표절의혹' 기사가 뜨자마자 거침없이 그녀를 순식간에 매장시켜버렸다.
왜? 그녀는 애초에 우리를 가르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침방송에서 말 좀 잘한다고 뜬 여자, 별 볼일 없이 살다가 갑자기 유명해져서는 자기처럼 살라며 멘토질 하는 여자... 이게
김미경을 비난하고 끌어내린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진심일게다. 엄숙하지 못하게 딴따라처럼 사람들 웃기기나 하면서
우리를 가르치려는 그녀의 모습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릇 지식인이라면, 멘토라면... 안철수처럼 진지하고 큰 업적도
있어야 하는데 이 여자는 도통 그런 모습 없이 사투리 섞어가며 아픈데를 콕콕 찌르기나 하니 정이 갈리가 없다. 지가 뭔데...
무슨 자격이 있어서...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소위 '자기계발서' 발언과 표절 의혹은 호재 중에 호재가 아니었던가.
우리 좀 솔직해지자. 우리가 김미경을 날린 것은 소위 '딴따라멘토' 에 대한 그 알량한 질투심과 한줌의 우월의식 때문이라고.
나보다 별로 좋은 대학도 안나온 것 같은데 자꾸 입바른 소리하면서 인기까지 얻는 모양새가 꼴같잖아서 그런거라고. 혹은...
소위 논객이나 지식인의 반열에 있다고 자부하는 자신이 갖지 못한 유머와 흡인력을 가진 그녀가 싫어서 그랬다고. 그게
아니라면... 난 왜 그녀가 이렇게 연기처럼 우리 앞에서 사라져야 했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진지하지 않게... 우리를
웃겨가면서 존경받는 이들을 못견뎌하는 딴따라포비아... 그게 김미경 사태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