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태블릿 커버를 열어보면 액정에 먼지가 더덕더덕 붙어있곤 한다. 그 먼지들을 손으로 쓱쓱 밀어 액정 한 구석에 모은 뒤
손가락으로 툭 튕겨 날려버리면 뭐랄까... 묵은 때를 날려버린 듯한 청량감이 들곤 한다. 문제는... 세상의 먼지란 한도 끝도
없어서 그 짓을 무한반복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사람들 사이의 일이라는게 저 먼지닦기와 다르면서도 또 같더라. 힘없고 평범한 사람들을 짓누르고 괴롭히는 이들은 결코
먼지처럼 탁 털어버릴만큼 미미하지 않아서 치워버릴 수 없다는 것이 다르고, 설령 치워지더라도 또 다른 먼지가 내려앉듯
비슷한 종류의 인간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는 점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고 요즘 내가 참 많이 나대고 설쳤던 것
같다. 나같이 하찮은 존재가 그들을 아무리 미워하고 무언가를 도모하려 한 들, 결국 먼지처럼 훅 불면 날아갈 것은 결국 내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해 그닥 애정도 없고, 그 곳을 '상식에 입각해 돌아가는 곳' 으로 만들기 위해 나를 희생하고 싶은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직원들을 쥐어짜서 제 안위롤 보장하는 그들이 배를 두드리며 호강하는
모습이 죽을만큼 보기 싫다는게 문제다. 우리는 뭐가 그리도 무서워서 매일매일을 뒷담화와 한숨을 안주삼아 버텨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같이 짓눌리는 사람들끼리도 위아래가 나뉘어, '조직이란 원래 그런법' 이라며 후배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애쓰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웃프다는 말 밖에는...
먼지처럼 쓸어버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하지만 그 먼지는 결국 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게 참 슬프다...
그게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