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난 자꾸 '나쁜 남자의 역설' 이 떠오른다. 즉, 치명적 매력을 지닌 나쁜 남자를 보며
사랑에 빠진 여자가, 정작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착해져버리면 그녀를 반하게 만들었던 그 매력이 증발해 사랑이
식어버린다는 농담같은 이야기. 프로그램 속의 그 순진한 아이들을 보며 무슨 그런 불순한 비유를 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난 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윤후라는 아이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에서 그런 불안감을 느낀다.
윤후의 그 순진무구함은 언제까지 유지될까? 난 이 질문에 매우 회의적이다. 아이들은 환경의 변화에 아주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지금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그 성격은 방송이라는 매체에 노출되기 전에 형성되었지만, 이제 세인들의 관심에 맞춰
생활해야 하는 과정에서 그 순수함이 유지되길 바랄 수 있을까? 더 우려스러운 것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철이 든'
윤후의 모습을 어느 대중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왜? 우리의 인식 속에 그 아이는 영원히 철없이 해맑은 아이여야 하니까.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어느 시트콤 속 아역 배우가 시트콤이 끝난 후 어른이 될 때까지 감내해야 했던 큰 고통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아이들이 들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 것은 지난주 특집을 보면서였다. 윤후보다 어린 나이의 한 어린이가
나와서 깜찍한 모습을 보였을 때, 수많은 인터넷 언론은 그 아이를 윤후의 대체재로 삼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자... 지금까지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랑을 기뻐했던 아이가 이런 현상에 초연할 수 있을까? 둘째가 태어나면 부모의 사랑을 빼앗기기 싫은
첫째의 스트레스가 심해진다는 것이 자명한데, 하물며 짧은 시간 엄청난 사랑을 받은 아이가 어느날 그 관심을 다른 아이에게
송두리째 빼앗기게 된다면? 그런 잔인한 상황이 오기 전에 이제 이 아이들은 들여보내 주는게 맞지 않을까?
지금 절정의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 빨리 종영하기를 바라는 것이 참 이상하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난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방송이 박수칠 때 떠났으면 좋겠다. 여자가 착해진 나쁜 남자를 떠나는 것은 다 큰 성인들간의 남녀상열지사일
뿐이지만, 아이들이 성장과 성숙을 거치며 덜 순진해졌다고 대중들이 등을 돌린다면 그 어린이들이 감당해야 할 박탈감은
어이할 것인가. 그냥 한순간의 일장춘몽이었다고 툭툭 털어버리기엔 그 애들은 너무 어리고 또 여리다.
진정 어른들이 윤후를 비롯한 그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더 늦기 전에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려보내 주었으면 좋겠다. 조금
긴 캠프에 다녀왔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래서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을 알고 상처받고 마음을 다쳐 후유증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동안 브라운관을 거쳐간 수많은 아역 스타들을 돌이켜 본다면... 내가 바라는 바가 결코 과장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아빠들! 이제 아이들 손 잡고 집으로 들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