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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학교' 가 끝났다.


# 드라마 '학교' 를 보면서 누가 자신의 학창시절을 돌아보지 않았을까. 나 역시 순간순간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 순간

들속의 95%는 비겁하고 옹졸하였으며 창피했던 내 모습들로 채워져 있더라. 지금 생각해도 내가 대체 왜 그랬을까 싶은 그런

행동들. 하지만... 그 때가 아니면 언제 또 그래볼 수 있었으며, 그 때 그랬기 때문에 지금 그게 쪽팔린 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겠지.


# 이번 '학교' 의 미덕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아파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의 노력이 보였다는 점이다.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진학률에 시달리는 선생도 힘들다는 것. 그것도 '기간제' 교사들은 지금 서있는 위치 조차

위태롭기에 그 고통이 더더욱 심하다는 사실 등 지금껏 어떤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현실을 솔직하게 보여준 점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 학원 드라마가 그렇듯 그 안의 캐릭터들은 현실과 대비하기엔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그들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작가의 섬세한 관심이 배어있다는 점에 놀랐다. 순간순간 눈빛의 흔들림에서 시작되는 변화들을 과장되지 않게 담백하게

그려내는 건 정말 쉬운게 아닐텐데. 그만큼 제작진이 작품과 인물들, 더 나아가 학교라는 공간 자체에 아주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장나라라는 배우가 드디어 자기 자리를 찾았다는 것. 타고난 동안의 얼굴에 귀여운

캐릭터로 출발한 배우가 서른이 넘어 자기에게 걸맞는 연기를 못하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적어도 장나라는

그런 핸디캡을 이번 작품으로 아주 훌륭하게 극복한 것 같다. 그런 귀여운 얼굴에 그토록 깊은 눈빛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 이 드라마는... 예전 '골든타임' 에 이어서 내겐 또 다른 의미에서 참 고마운 작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