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凝視

끔찍하다...




약 10년전... 수방사에서 경계초병이 민간인에게 총기를 탈취당한 사건이 있었다. 덕분에 당시 서울과는 전혀 상관없는

삼척 바다에서 근무하던 난, 경계병이 아닌 상황실 근무였음에도 등에 총을 메고 책상에 앉아있어야 했다. k-1 소총과

탄띠 사이엔 무려 '총기피탈방지끈' 이라는 바보같은 줄 하나를 연결시켜 놓은 채로. 군대에서 사고사례라는 것은 60만

대군을 하나로 대동단결시켜 같은 행동을 하도록 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서울에서 불어온 바람이 삼척 군인들까지

휩쓸었던 10년전을 떠올려보면, 이번 동해안의 북한군 귀순은 그 해안지역 군인들을 거의 초죽음으로 만들어놓을게다.


그 북한군이 내려온 루트상에 있던 초병들과 그 지휘관들은 뭐 두말할 것 없이 상당한 고초를 겪을테니 북한병사의

입에 여러 사람 운명이 달려있을테고, 지금쯤 해당 부대인 22사단과 바로 그 아래, 내가 있었던 23사단 병사들은 거의

잠 못드는 근무를 서고 있을테고... 그 분위기는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하다. 군기강 확립이란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장병들이 고생을 할까. 내무생활의 고달픔과, 초소에서의 서러움과, 훈련에서의 힘겨움을 감내하고 있는 우리 청년들은

이런 일이 터지면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특히 해당부대의 젊은이들이라면 더더욱.


경계선이 뚫렸다는 것은 큰 문제임이 맞지만, 그 때문에 애꿎은 모든 병사들이 힘겨워하는 장면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아무리 뺑이치고 근무서도 들어올 놈들은 다 들어올 수 밖에 없다고 자조하던 10년전 고참들의 말이 아직

귀에 선하다. 아무리 병사들이 초소에 들어가 있어도 그 지역을 완전 봉쇄할 수 없다는 걸, 해안경계를 서 본 사람이라면

공공연히 아는 사실 아니던가. 남북간의 긴장관계를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국가정책의 무능함을 결국 또 몇몇 청년들이

기강 해이라는 오명하에 모든걸 덮어쓰겠지. 


지금 저 초소 안에선 또 어떤 젊은 친구들이 졸음을 참고 쌍욕을 들으며 바다를 응시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