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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오롯이 혼자...




오늘 자고 하룻밤만 더 보내면 이번 출장 끝이다. 이러니저러니 했지만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건... 어느 무리중에 철저히 혼자가 된다는 것이 아주 가끔은 괜찮음을 알았다는 것.


난 그저 나에게 주어지는 이런저런 주문들을 깔끔하게 처리해주는 것 이외엔 더 신경쓸게 없었다.

오류가 있으면 안된다는 긴장감 외에는 공연한 트집으로 날 진빠지게 할 사람이 없음이 좋았다.

거의 매일 이어진 술자리가 부담스러웠지만 맥주잔에 소주잔을 담그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황송했고

술을 더 마시지 않는다며 핀잔을 주는 사람이 없었음에 감사했다.

일단 숙소에 들어오면 어느 누구에게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게 이렇게 좋은 것이었음을 처음 알았다.

이 모든 것은 다 내가 그들에게 '타인'이었기에 가능한 상황들이었다.


물론 같이 다닌 그들은 일정 수준 이외엔 날 논의에 참여시키지 않았고, 그들만의 언어로 나를 투명인간처럼

대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지저분하고 끈적거리면서 심적인 고통을 주지 않았음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약 보름간 오롯이 혼자였고 남은 이틀도 혼자일테지만... 이런 혼자는 정말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겠다.


지금 이렇게 낯선 곳에서 안락하게 홀로 있을 기회가 또 얼마나 될까. 돌아가면 머리아플 일이 아주 수북이

쌓여있겠지만... 돌아갈 때까진 오롯이 혼자 즐겁게.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