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고 자꾸만 불안해하고 내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표면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생활인데 이상하게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에 의아했다. 아니... 이유를 알고 있는데도 애써 모른척하고 있는게 너무
비겁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답은 간단하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버티기, 때우기 식으로 하루하루를 넘기다보니 매일이 불안하고 툭하면
겁이 나는거다. 무언가에 몰입하면서 자신이 생기고, 실수를 반복하고 극복하는 그런 과정을 통해 삶에 근육이 붙어야 하는데
무언가에 충돌함이 없이 뭐든 어물쩡 넘어다보니 흐물흐물 나약해지는게 느껴진다. 바로 그 기분이 불쾌하고 혐오스러운거다.
작년까지만 해도 잘 못느꼈는데... 요즘은 진짜 빡세게 자기 영역을 구축하는 친구들이 정말 부럽다. 마치 개가 여기저기에
찔끔찔끔 오줌을 싸며 알량하게 제 구역표시를 하는 것 같은 요즘 내 모습이 부끄러울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분명히 오늘도
아무 일이 없었는데...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느껴지는 이 허전함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던
백수시절보다 심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