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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조각>(by K.Chae)


 


꼭 사진을 전문으로 하진 않더라도 카메라를 자주 손에 쥐고 사진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꼭 해보는 생각이 있다.


"나도 세계 각지를 누비며,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풍경을 사진 속에 담으며 살 순 없을까?"


하지만 엄연히 각자가 처해있는 현실이란게 있기에, 우린 그저 기행문과 여행사진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며 살아간다.

나 역시 서점에 가면 이런저런 사진책과 여행에세이를 뒤적이며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며

지내던 중에 참 우연히도 어느 카메라 사이트를 통해 케이채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자게'가 유명한 바로 그 사이트...ㅋ)


그의 블로그엔 세계 각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롯이 담긴 사진들이 있었다. 그 사진중에는 분명 '와~'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장면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크게 가슴에 와닿은 것은 바로 '온기' 였다. 그의 사진들에 깔려있는

따뜻한 색감만큼이나,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사람의 체온 만큼의 온기가 느껴졌다. 인물을 찍는데는 빛도, 구도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기술적 요소보다 더 중요한건 따뜻하고 애정어린 시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사진집이 나온다는 소식에 기분좋은 기다림 끝에 서점에서 세권의 책을 사왔다. 늦은 새벽, 침대 머리맡의

작은 북라이트만 켠채로 세권의 사진책을 읽으며 낯선 곳의 공기를 사진으로나마 느껴보는 기분은 참 즐거웠다. 만약 내가

이 곳에 간다면... 나라면 어떤 장면을, 어떤 사진을 찍을까 하는 유쾌한 궁리와 함께.^^
 

"우리와 다르게 살고 있다고 그들이 더 불행하다고 한다면 그건 너무 오만한 생각이 아닐까"



씨엠립편에 나오는 이 한 문장은 '지구조각' 이라는 사진집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일 것이다. 우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하고 그런 걸 누리지 못하는 곳을 안쓰럽게 바라보지만, 사실 우리는 그들이 다른 곳에서 체감하는

기쁨을 전혀 모르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기계 따위에 종속되어 삶을 사는 우리보다, 자연과 좀 더 밀착하며 여유있는 삶을

향유하는 그들이 더 행복할텐데 말이다. 그러한 모습들이 담긴 사진들과 더불어 쓰여진 저 문장이 난 참 좋았다. '다름' 을

'틀림' 으로 여기지 않는 그 생각 때문에.


앞으로도 케이채라는 작가가 더 많은 사진들을 우리에게 선물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견지해온 그 따뜻한 시선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보여줄 수 있도록.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런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진집을 읽고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길 바라며.




다음 여행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