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이 책 속에 나오는 파생상품 용어에 대해서는 반도 알아먹지 못한 것 같다. 때문에 어떤 매커니즘으로 금융기관
들이 파생상품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다가 국가경제를 말아먹는 것인지 겉핥기식으로 막연히 알게 되었다는 점이 참 아쉽다.
나같은 사람들을 배려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은행을 엄밀한 의미의 진정한 은행으로 만들어, 예금을 받아 그 돈을 안전하게 단기로 투자하는 더 재미없고 지루한 곳이
되도록 해야 한다"
되도록 해야 한다"
즉, 은행이 본연의 임무를 잊고 복잡한 금융상품의 생산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데에 일조하면서, 정작 고객인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금융환경을 만들어 이익을 취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뜻일게다. 예를 들어, 은행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모기지를 다른기관에 넘기고, 이게 MBS로 발행되고 거기서 CDO 등으로 파생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서브프라임 사태를
불러오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인데, 결국은 고객의 예금이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행태는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들과 더불어 마치 은행인양 보여지고 행동하는 금융기관들, 즉 그림자 은행들의 무책임한 운영에 의한 유동성 불균형이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 근본원인은 결국 중앙은행이 이들의 방만하고 탈법적 운영을 방기
하다가 위기가 터진 후에야 허둥지둥 수습에 나서는 엉터리 대처 때문임을 지적한다. FRB 등의 규제기관이 경제위기상황에서
'최후의 대부자'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림자은행들의 방만한 행태를 사전 규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연방준비은행이 최후의 대부자로서의 지원, 특별보증, 자금지원 등으로 금융회사를
구하는 그린스펀풋과 같은 조치보다는, 부실한 금융기관은 과감히 정리하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암튼... 거의 500쪽에 이르는 책에는 현재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고찰이 담겨져있다. 흥미로운 것은 앞으로의 국제
경제를 조망하면서 한국을 BRIC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신흥경제국으로 꼽고 있는데 글쎄... 한국 경제의 외형에만 주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의아했지만, 북한 통일시의 위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중국에 의해 미국이
경제패권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과연 향후에 얼마나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렇게 국제경제도, 국내경제도 위기에 봉착한 지금, 개선책 마련에 고심하지 않고 앵무새처럼 경제위기 탈출이 머지
않았다를 운운하는 언론보도와 어용전문가들의 행태를 뭐라 설명해야 할까. 대중을 현혹하여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이들을
향해 저자가 남긴 말을 인용하며 줄인다.
"태풍의 눈에 들어가 있는 시점을 위기의 끝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중략)... 모든 위기에는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고 주장하는
낙관론자가 어느 시점에 등장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