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대던 날 기억하나요 바보같은 질문만 던지던
그대 눈빛에 나 너무 떨려서 고갤숙이니 어색한 새 구두
어제 찾은 지갑속에 돈이 모자랄까 괜히 걱정했던 몇해전 그 밤
삼청동 거리에 그대와 나 그리고 하늘의 눈꽃
그대 눈빛에 나 너무 떨려서 고갤숙이니 어색한 새 구두
어제 찾은 지갑속에 돈이 모자랄까 괜히 걱정했던 몇해전 그 밤
삼청동 거리에 그대와 나 그리고 하늘의 눈꽃
- 김연우, <우리 처음 만난 날>
정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처음부터 능수능란한 입담을 구사하긴 참 힘든 일.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언저리를 맴맴 돌면서
실없는 얘기만 하고 돌아와서는 한숨만 푹푹 쉬던 기억, 그 사람에게 큰 맘 먹고 그럴듯한 저녁 식사를 대접한 뒤 계산대
앞에서 긴장하던 기억... 이런 소소한 추억거리들을 살짝 들춰주며 가슴 찡하게 하는 것이 이 노래의 매력이다. 그리고...
이 노래가 더 좋은 이유는... 노랫말 이후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과
어떻게 되었는지 가사는 말해주지 않는다. 내 동반자가 된 사람과의 아름다운 추억인지, 아니면... 이젠 남이 되어버린
어떤이와의 애틋했지만 끝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기억인지를. 이 곡을 들으면서 웃음도 슬픔도 아닌 애매한 표정을 짓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듣다보면 날 완전히 다른 공기 속으로 옮겨놓는 목소리가 있다. 현실 속 내가 어느새 노래가 만들어 놓은 풍경 안에 녹아들어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꼭 가사 속 이야기와 일치하는 경험이 없다 하더라도,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어떤 땐 한없이 우울해지고
또 어떨 땐 가슴 터질 것 같은 설렘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그런 마법같은 음성이 분명히 있다. 나에겐 김연우라는 가수가
바로 그렇다. 듣는 이의 마음을 온통 흔드는 그의 고음을 난 참 사랑하지만, 오늘은 목에 힘을 빼고 읊조리듯 편하게 부른
이 노래가 나의 Today's Song이었다.
문득... 200일전이 생각나게 한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