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바로 그것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있다.
어느 한가한 오전... 한시간 동안 잔잔히 흐르는 영화음악이 좋았고, 어느날부터 그 음악을 소개하는 목소리에 흠뻑 젖었으며
어느샌가 영화와 영화음악을 사랑하는 그녀에게 빠져있었다. 꿈꾸느라 힘들었던 시절, 내 아침 1시간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그녀... 사람의 목소리와 음악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 그녀... 신지혜.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에는 벌써 12년째 <신지혜의 영화음악> 을 손수 만들고 진행한 그녀의 열정이 오롯이 들어있다.
아나운서가 될 때의 벅참과 꿈을 이룬 후의 치열하지만 행복한 삶,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영화까지 자신의 업 중
하나로 삼게된 행운까지... 이 모든 것이 단지 운이 아닌, 치열하게 도모한 결과라는 것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들의 내용과
결부시켜 독자에게 알려준다.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수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신지혜라는 사람이 영화와 영화음악,
그리고 <신영음> 에 가진 애정을 알고 있는 청취자라면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아마 세배는 증폭되지 않을까?
이 책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빼곡히 채워진다. 비록 힘은 들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나의 영역을 더 확장시키는 가슴 벅찬 과정이니까 주저앉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다는 것. 신지혜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통해 마음껏 즐기고 구현하며 즐겁게 살아간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내내 두 가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수많은 직장인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 그것은 물론 과중한 업무로 인한 몸과 마음의 피로, 여유없는 삶에 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바로 "좋아하는 일이 아니"니깐. 거기서 오는 공허함과 서글픔을 한달에 한 번씩 월급이라는 히로뽕을
맞으며 버텨나가지만 그 약발이 얼마나 갈지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그런 상실감을 잊기 위해 인터넷 쇼핑을 들락거리고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수많은 갑남을녀들에게 신지혜와 같은 사람들은
정말정말 부러운 존재다. 물론 비관론에 젖지 않고 끊임없이 '도모' 하는 누군가는 많은 이들이 겪는 악순환을 탈출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신지혜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난 지금도... 싸늘한 고시반 책상 아래 난로를 켜고, 담요를 덮고 엎드려 있으면서 신영음을 듣던 그 아침들을 잊지 못한다.
정말정말 그립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긴 싫은 시간... 정말 책 제목에 쓰인 단어처럼 그토록 무언가를 갈구하고 도모하던
그 날들은 내게 다크초콜렛처럼 달고도 쓰디쓴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20대라는 시간 동안 미친듯이 꿈을 좇도록 내게
힘을 주었던 신지혜의 목소리와 그녀가 소개해 준 그 음악에 대한 고마움은 평생 잊지 못할꺼다. 오늘 퇴근 후 간만에
카페에 앉아 책을 읽던 내게 짜릿함을 준 구절을 남기며 이만...
단지 마음이 늙어가지 않도록 젊음을 쌓아가는 방법이 우리에겐 있는 것이다.
(169p)
(16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