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5년만에 나간 시합. 사실 시합이라는게 거의 한달을 왼팔이 터질듯이 칼을 휘두르고, 발바닥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발을
구른 뒤에 나가야 어느정도 선방을 하고 나오는 것인데, 이번엔 그렇게 연습하지 못했으니 자신감이 없었던게 당연하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 때문에 말아먹은 8강전이었다. 1:0으로 이기고 있으면서 뭘 그렇게 서두르고, 한대 얻어맞은 다음엔
또 왜 갑자기 멍하니 있다가 손목까지 잡혀버린건지. 귀신에 홀린 기분이랄까. 그게 다 운동량이 부족하니까 여유도 없고 괜히
당황하다가 그런게지.
대학교 때부터 8강 문턱을 넘는게 너무 힘들었다. 서울시 연맹전에서도 개인전에서 몇번이나 8강에서 물을 먹고, 단체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깨달았던건 상식선에서 열심히 했을 때 마지노선이 8강이고, 상식 이상으로 미친듯이 운동하고 나서야
얻는게 입상이라는 것. 이번엔 적어도 우리팀에서 나는 8강 이상으로 올라갈 자격이 없었던 셈이다. 그러니까 이기고 있던
시합을 그렇게 말아먹게 만들었지. 스스로에게 너무 짜증이 나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
예전엔 이런 시합에서 지면 호면 벗을 때 눈물이 찔끔 나서 후배들이 볼세라 면수건으로 얼굴을 벅벅 부볐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던 걸 보니 예전만큼 절박하진 않았나봐. 구구절절 말보다는... 그냥 더 뛰어야지. 부끄러워할 줄은 알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