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凝視

엉터리 비빔밥


푸아그라, 캐비어, 다금바리회, 와규, 송이버섯 등 최고급 식재료가 테이블 위에 있다. 서민이라면 평생 입에 대볼 수 없는

엄청난 가격과 풍미를 자랑하는 재료다. 명색이 최고 요리사라 불리우는 요리사가 음식 준비를 한다. 재료들을 조금씩 덜어서

자기 앞에 놓고서는... 커다란 양푼에 쏟아넣고 밥과 함께 비빈다. 그 위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듬뿍 끼얹어 만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빔밥의 완성. 자... 최고의 식재료가 몽땅 들어간 이 비빔밥을 두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사람이 있을까? 이건

그저 가장 멍청하고 어리석게 만든, 그냥 김치에 콩나물 넣고 비빈 것보다 못한 엉터리 비빔밥이다. 이런 모양새를 그대로

화면에 비쳐주고 있는게 바로 <나는 가수다> 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가진 최고의 미덕은 바로 섭외력이다. 그 7명의 가수를 한자리에 모아놓는다는 것은 어떤 방송도 엄두를 내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이 프로그램이 유일하게 잘한 짓이다. 이 가수들은 그냥 모아놓고 무대에서 같이 노래만

부르게 해도 시청률 15%는 담보하는 라인업이다. 그냥 그들한테 '자~ 오늘은 세시봉 노래 각자 불러보세요' 하고 자리를

만들어 주고, 자기들끼리 '야~ 너 진짜 잘한다. 담주엔 우리끼리 노래 바꿔 부르자... 나 담주엔 스케쥴 있으니까 승훈이한테

연락할께...(좋아좋아~ 짝짝짝!!!)' 뭐 이렇게만 냅둬도 지금의 모양새보단 100배 나을거란 얘기다. 이번주 방송분을 보며

보는 내가 너무 창피해서 저런 생각이 안들 수가 없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가수들을 모아놓고 예능이란 고추장과 서바이벌이라는 참기름을 끼얹으니, 각자가 지닌 환상적

풍미는 그냥 맵고 구수한 양념에 가려져버리고 남는건 초라한 고추장 비빔밥 한그릇. 이런 웃긴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들이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들의 지금껏 쌓은 카리스마와 명성이 '일밤' 살리기를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해버린

탓이다. 이소라, 김건모 욕할 것 없다. 두 사람의 잘못이라면 이런 악질적인 판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사실일 뿐이고, 나머지

모든 책임은 제작진과 방송사에게 돌아가야 한다. 자기 방송의 출연자 하나 보호 못하는 최악의 편집과 화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겐 일요일 저녁 시간의 전파를 차지할 자격이 없다.


그 시간대에 조용한 호응을 얻던 '단비'를 가차없이 없앴다.(그런 코너야말로 김영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성격 아니었던가?)

좀 어설프긴 해도 나름 가능성이 있었던 '뜨형' 도 없앴다. 그렇게 해서 만든 이런 방송으로 <1박2일>을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면 방송사도, PD도 이쯤되면 구제불능이다. 그토록 음악과 가수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차라리 그 시간대에

<라라라>나 세시봉 세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명품 음악방송 하나 만들어라. 그 시간대에 예능과 리얼 버라이어티에 지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게다. 설령 지금과 같은 노이즈마케팅으로 <나는 가수다>가 시청률을 끌어

올린다 해도... 좋아할거 없다. 다음엔 이런 꼼수가 절대로 통하지 않을테니까. 시청자도, 네티즌도 너희가 생각하는 무뇌아는

절대 아니다. 엉터리 비빔밥... 구역질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