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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윤미네 집, 그리고 다카페 일기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집展' 에 다녀왔습니다. <윤미네 집> 이란 사진집은 이미 가지고 있지만, 전시장에서 보는 느낌은 또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맞았습니다. 딸이 예뻐 죽겠어서... 그 마음을 사진으로 담아보고자 했던 한 아버지의

사랑이 너무나 잘 느껴져서 가슴 윗쪽이 자꾸만 뜨거워졌습니다. 특히 전시관 한편에서 <윤미네 집> 속 사진들이 'Over

the rainbow' 피아노 선율에 맞춰 슬라이드로 흐르는데 아... 코끝이 찡했습니다. 이제 아버지였던 전몽각 선생님은 고인이

되었고, 주인공인 전윤미씨는 미국에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데... 그들이 없는 자리에 이렇게 그들이 지나온 예쁜

시간의 흔적들이 남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이게 어떤 매체도 갖기 힘든 진정한 사진의 힘이죠.





한국에 <윤미네 집> 이 있다면, 일본에는 <다카페 일기> 가 있습니다. <윤미네 집>이 완료된 작품이라면, <다카페 일기>는

진행형인 작품이랄까요. 모델인 바다와 하늘은 여전히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며, 사진가인 아버지 모리퐁씨도 여전히 젊으니까.

맑은 햇볕의 색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사진, 그 안에서 온갖 표정과 포즈를 짓고 있는 바다와 하늘을 보면 그냥 웃고있는 내

표정이 느껴집니다. <윤미네 집>이 조금은 투박한 질감의 흑백사진 속에 참 조촐했던 60~80년대 한국 가정의 생활사를 담고

있다면, <다카페 일기>는 아주 깔끔하고 세련된 화면 속에서 활기차게 뛰어노는 일본 가정의 모습을 담았다는 차이가 있지만,

한 아버지가 뷰파인더를 보며 한쪽 눈을 찡그린채 온 정성과 애정을 쏟으며 자신의 가족들을 찍었다는 공통점이 있죠.


시대와 느낌은 다르지만, 두 사진집을 보면 같은 종류의 감동을 느낍니다. 아버지의 정성이 가족들이 평생 가져갈 수 있는,

추억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남겼다는 점 때문입니다. 가족들에게 비싼 선물을 사주고 차를 타고 멀리 여행을 가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이런 소소하지만 끈기있는 정성의 결과물은 더할 나위없는 보물이 된다는 것.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근데... 난 아직 거실 구석 책장에 꽂혀있는 옛날 사진첩을 꺼내볼 용기가 나질 않네요. 왈칵 무언가 터질지도 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