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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Blue...

안되는 날...

# 어쩐지 월요일 아침이라기엔 일이 없다 싶어 내심 흐뭇해 하고 있었지만 결국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은


예상치 못한 순간 툭하고 앞에 던져지더라. 그들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는 부탁을 듣고


선의로 거들며 시작했던 일이 어느샌가 내가 해야할 업무가 되어버리고, 다른 기관과의 적대적 관계 속에서


겨우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가져왔더니 '그러게 그걸 왜 시작했냐' 는 그들의 적반하장에 어이가 없어지는


그 와중에, 심지어 그들의 억지를 대인배마냥 덥썩 받아 내게 넘겨주는 상사의 호방함에 할 말을 잃었다. 


난 왜 그들을 대신해서 되바라진 실무자가 되어 다른 기관의 나이 든 사람들과 투닥거리고 얼굴을 붉혔던 것일까. 



# 주초 아침부터 저런 일을 겪고 나니 일도 손에 안잡히고... 그럭저럭 오후를 보낸 후 소주 한 잔과 운동 중


어떤 것으로 기분을 풀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후자로 결정하고 도장행. 간만에 도장을 꽉 채운 관원들이 반가워


오늘은 정말 찐하게 운동하고 가야겠다 생각하고 딱 세번째 대련을 하던 와중에, 나와 상대방이 강하게


부딪치는 순간 죽도가 휘어지며 튀어나온 대나무 한줄기가 상대방 호면 속으로 쑥 들어갔다. 아... 머리 속이


온통 화이트아웃이 되면서 저 대나무가 상대방 눈을 향했을까... 끔찍한 상상에 다리가 풀렸다. 다행히도(?) 


콧방울 옆을 찔려 피 흘리는 그 분을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면서 깊은 미안함과 후회가 동시에 몰려왔다.


'아... 그냥 오늘은 술을 마시는게 맞았겠구나...' 



# 운동을 수십년 해 온 관장님도 처음 봤다는 그런 일이 왜 하필 오늘 나에게 일어난 것일까. 대체 어떻게


부러지지 않은 내 죽도에서 대나무 한줄기가 튀어나올 수가 있을까. 정말 오늘은 그런 날이었던 것이다. 


그냥 뭘 해도 내 맘처럼 안됐던 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내 뜻대로 안되고, 내 마음을 풀기 위한 활동


마저도 결국 탈을 일으켰던 그런 날 말이다. 이번주 액땜을 이렇게 거하게 했으니 남은 4일은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 이런 부질없는 기대를 해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