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옮기기 좋아하는 친구들은 마치 큰 진실을 알고 있다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착각
이다. 정말 중요한 정보들은 루머로 돌지 않는다. 사람이 가십이나 루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대부분 그 얘기
들이 입에 올리기에 재미 쏠쏠한 것인 이유도 있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처지와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불길한 루머가 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상황을 바로 자기 입장에 대입한다. 본능이다. 그리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인간이야말로 얼마나 불완전하고 상처받기 쉬운 동물인가.(138p)
조금 더 살을 붙여보자면... 어떤 사람이 말을(특히 남의 이야기를) 옮기기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라는 흔한 레파토리로 시작하는 그들의
루머 전달 행위에서 중요한건 비밀 따위가 아니다. 내가 너에게 이런 얘기를 해줬으니 넌 나를 좀 더 가치있는
존재로 인정해다오... 이게 본질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실 확인과 프라이버시 보호에 가치를 두었더라면 꽤나 훌륭한
기자나 저널리스트가 되었겠지만, 그럴 깜냥이 없기에 매사에 투덜거리며 남의 소식을 옮기기에 여념이 없는게다.
마치 남 얘기처럼 썼지만, 정작 나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듯 싶다.
직장에서도, 아니면 다른 모임에서도... 진정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 좀 더 완벽을 기하기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실력도 없고, 실력을 갖추기 위한 열정도
없고, 그러다보니 결국 가진게 시간밖에 없게 된 사람들이 이런저런 뜬 소문을 채집하고 확대재생산하여 옮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본인도 그걸 모를리 없지만 그렇다고 고칠 의지는 없다. 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조직에서
자신이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렇게 실력없는 대부분의 우리들은 오늘도 주변의
온갖 루머와 소문에 귀 기울이고, 근지러운 입을 어찌할 줄 모르며 시간을 보낸다. 뭐... 망설일 것도 없이... 이 역시도
빼도박도 못할 내 평소 모습이겠구나.
이럴 의도가 없었는데 쓰다보니 자기 반성의 글이 되어버렸다. 이런게 바로 독서의 순기능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