凝視
고종석... 그 참담함에 대하여.
yanggang
2013. 3. 23. 12:30
언론사를 준비하던 시절, 언론사 지망생(특히 기자 지망생)들에게 고종석이 쓴 책들은 '바이블'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짧지만 유려한 문장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던 의미있는 메시지들, 그리고 우리말을 그토록 아름답게 사용하여
만들어낸 글을 읽으며 '이런게 진짜 글이지'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유연함 속을 관통하는 올곧음, 그게 여태 나에게 남아있는
고종석의 인상이었다.
절필 선언을 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다. 취지가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펜 대신 선택한 트위터 글들을 보면서 '이 사람 좀 맛이 간 듯' 이라고 느낀건 나뿐이었을까? 그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간데 없고, 트위터엔 온통 '깨시민' 과 '노빠' 에 대한 조롱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 글들을 아무리 센스있는 척
포장을 해봐도, 남는 메시지는 어리석은 노빠들이 설치는 모습이 꼴같잖다는 내용 뿐. 난 누가 고종석을 참칭하여 글을
싸지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며칠전 고은태의 변태 행각 파문에 대해 고종석이 보인 작태를 보며 그가 미쳤다는 것을 비로소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에
굳이 표현하고 싶지도 않은 그 비열함을 목도하며, 조갑제가 그러했듯, 변희재가 그러했듯, 이재오와 김문수가 그러했듯,
한 때 사회를 위해 열정을 바친 사람들이 변질되었을 때 어느 정도까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워낙 감수성이 예민했던 사람이 문득 그 마음을 다쳐 미쳐버린 것인지, 아니면 정말 글로 사회를 비판하던 시절에 그가 욕해
마지않는 '노빠' 들에게 큰 상처를 받고 증오로 마음을 채운 것인지 난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글을 읽고 추앙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벼려온 사람들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는 것은 안다. 미친 세상에... 또 한명의 괜찮은 사람이 추악하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내 20대의 어느 시절, 그의 책을 읽으며 흐뭇해했던 마음과 시간 역시 수치스러운 기억이 되었고.
슬프고 쓸쓸한 마음은 계속 늘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