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밑줄긋다

「주기자」中 (by 주진우)

yanggang 2012. 12. 26. 00:07

혼자 피하면 쪽팔리는거다.(344p)



난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목숨 내걸고 하는 사람은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고. 단... 그것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내가 나꼼수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말이 모두 진실로 채워져 있어서, 뒤집어질만큼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사실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는 허점도 많고, 때론 이래도 되나 할만큼 과격하고 감정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좋은건... 자신들에게 떨어질 떡고물이 도통 없는데도, 그야말로 목숨 내놓고 사회의 주도권을

쥔 자들과 싸우는 그 모습 때문이다. 항상 위태위태한 그들의 해적방송이 좌초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독하게 팩트를 제공해왔던

주진우 기자의 이 책을 난 꽤나 늦게 읽게 됐다.


주진우 기자가 한국의 기자들이 따라야 할 전형이나 롤모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와는 다른 영역에서 더 날카롭게

필봉을 휘두르는 좋은 기자들이 분명히 많이 있을테니까. 다만... 주진우 같은 기자들이 조금 더 많았더라면 이 나라의 언론이

이렇게 망가졌을까 하는 생각은 도무지 누를 수가 없다. 자기가 몸담은 언론사의 위세에 기대어 그 알량한 글재주로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비웃고 조롱하는 기자들이 판을 치는 시대라서 그렇다. 지금 이런 참담한 시대 상황이 자기 언론사의

배를 불려줄테고, 그렇게 해서 덩달아 살이 오른 제 배를 두드리며 세상이 다 그런거라고... 잘 모르는 것들은 입 다물고 오바

하지 말고 생각 좀 하고 살라며 아무데나 글을 끄적대는 그런 기자들이 목에 힘을 주는 시대라서 더 그럴꺼다. 


나처럼 하루하루를 비굴하고 쪽팔리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위에 적힌 문장은 참 아프게 다가온다. 주진우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아마도 나처럼 삶에 자괴감을 느끼는 이들의 판타지를 대신 충족해주는 캐릭터이기 때문이 아닐까. 정권이 바뀌고

그가 어떤 처지에 놓일지 모르겠지만... 난 그저 그가 무사했으면 좋겠다. 사회적 지위 뭐 이런 차원이 아니라... 정말 실제로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궁금한 분들은 이 책 6장 '우리는 노무현을 아직 보내지 않았다' 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그가 어떤 정황에서 죽음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는지를 내가 아는 한 가장 복잡하지 않게 정리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