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眞/풍경

만약...

yanggang 2012. 3. 19. 00:03



만약에 말이지... 첩첩이 쌓인 인생의 과정들을 고통스레 뛰어넘어 드디어 막바지에 다다랐는데 그 끝이 저렇듯 꽉 막혀있는

벽이라면 그 절망감은 대체 어느정도일까. 가늠할 수 없는, 아니 가늠하기도 싫은 그런 상황이 어쩌면 내가 맞이할 몇십년 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잘못살고 있다는 불안감과, 그 결과가 저런 암담한 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오늘 방에서 멍하니 넋놓고 있다가 문득 책꽂이를 보니 어떤 책 표지에 쓰여진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통과하는 시간,

서른과 마흔 사이" 그 누구나 통과하는 그 시간이 왜 이렇게 싫은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숙성되어 가는 이 시간에 어째서 나는

썩어들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얼마전 某형과의 술자리에서 이제 자신의 일에 자신감이 붙는다는 형의 말에 별 내색은

안했지만 사실 눈물나게 부러웠더랬다. 난 그런걸 겪지 못한채 벌써 서른셋인데.


요즘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다. 봄이 오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얼마전 집에 들어가면서 "아 씨발... 봄이네..." 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나에게 스스로 놀랐다. 뭐랄까... 내가 점점 어딘가 닫혀간다는 느낌이 자꾸 들어서 우울하다. 내가 쓰는 글들은

언제나 염세적이지만, 그게 예전엔 겉멋이었을지 몰라도 요즘은 진짜 내 속내를 담고 있어서... 그래서 불안하다. 벽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가는 내 삶의 모양새가 고스란히 담긴 증거로 남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