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

어떤 대화

yanggang 2012. 1. 15. 00:09

※ warning : 본 내용에는 일체의 허구도 섞이지 않았으며, 비속어 및 욕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욕설도 100% 리얼입니다)


상봉동 모 카페... 결혼식 간 여자친구 기다릴 겸 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처자 둘. 한 명은 흡연실에서 담배

한 대 태우고, 나머지 한 명의 전화 통화. "오빠 어젠 내가 생각이 짧았어..." 로 시작한 그녀의 대화는 전날 자신이 잘못했음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엿들은게 아니라... 도무지 안듣고 싶어도 귀에 쏙쏙 들어올만큼 우렁찬 데시벨

탓에 어쩔 수가 없었다) "응~ 그래 오빠... 그럼 내일 봐~" 라는 애교 섞인 말투로 통화를 마칠 무렵 흡연을 마친 친구가 앞에
 
앉았고, 전화를 끊은 그녀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이렇게 탄식한다.


"씨발 좆같네..."


순간 내 귀를 의심했지만 입에 짝짝 달라붙는 그 욕의 뉘앙스는 도무지 잘못 들었다기엔 너무나 생생했다. 그 뒤로 약 한시간...
 
남자친구에 대한 뒷담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 씨발... 오늘 굽신거릴 생각하니 짜증나 죽겠네" 로 터진 뒷담화의 포문은 점점
 
커져가고, 남친 어머님 생신이 크리스마스 이브라 짜증난다는 주제로 이어지자 그 말을 받은 친구의 답이 압권이다.


"아... 진짜 짜증나겠다. 생일날짜도 참 더럽게..."


그 후 결혼비용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결국 집있는 남자한테 시집가야 한다는 것을 결론으로 그녀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녀들이 자리를 뜨고 여자친구가 오기 전까지 약 10여분의 시간 동안 머릿속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많아봐야 스물대여섯

되어 보이는 처자들의 입에서 나오기엔 너무나 철없으면서도 동시에 너무나도 속물스러운 내용들. 과연 그 여인들은 어떤

남자를 만나서 어떤 연애를 하고 어떤 결혼생활을 할까.


남의 얘기 엿듣고 별 이상한 걱정을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저게 오늘 본 그녀들만이 아닌, 일정 비중의 여자들이 가진

생각이라면 이 세상이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욕을 걸쭉하게 하고 담배를 피우는 건 그저 취향의 문제지만,

자신과 만나는 남자와 그 어머니에 대해 저정도의 무례함과 비상식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인간됨의 문제가 아닐까.

그냥 웃기는 헤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었던 약 한시간의 일화는 왠지 참 오랫동안 그 잔상이 남을 것 같다.


진정한 반려자를 만나는 게 점점 힘겨워지는 서글픈 세상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