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眞/더불어 살기

The best model

yanggang 2011. 6. 12. 03:01



2년전, 인물사진을 배운 적이 있었다. 최고의 선생님과 열정 넘치는 수강생들, 그리고 사람들간의 훈훈한 분위기. 무엇 하나

손색이 없는 그 수업에서 난 유난히 겉돌았다. 누군가를 앞에 앉혀두고 내가 원하는 표정과 자세를 말하고 끌어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어떤 날은 셔터 몇번 누르지 못하고 술만 마시다 온 적도 있다. 자신이 가진 끼를 한껏 발휘하며 모델과 호흡

하고 훌륭한 사진을 뽑아내는 다른 분들이 너무 부러워 한없이 우울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난 그 수업을 수료하지 못했고,

그 때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은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모르는 누군가를 대상으로 연출사진을 만드는 것... 난 지금도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난 그저 한 사람 앞에서만 사진작가가

되어 찰칵찰칵 셔터를 누른다. 굳이 포즈를 요구하지 않아도, 표정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날 바라봐주는 눈동자와, 내 말을

듣고 짓는 웃음과, 날 향해 보여주는 손짓 하나하나가 나한테는 특별한 작품이 되어 차곡차곡 쌓여간다. 모델료도 받지 않고

하루종일 어설픈 사진사의 모델이 되어주는 그녀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오늘도 무척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내 블로그 사진첩의 100번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