凝視
희망없는 희망퇴직
yanggang
2009. 8. 7. 09:35
결국... 쌍용차 사태가 끝났습니다. 해결이라고 하지만 해결이 아니라는 것쯤은 상식있는 이들이라면 알 것입니다.
오전에 출근 준비를 하며 '시선집중' 을 듣다가 투쟁 끝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쌍용 노동자의 인터뷰에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을 무자비하게 내친 회사에 절망과 경멸을 표하며 퇴직을 하는 상황에서 와이셔츠를 입고 얼굴에 로션을 바르며
출근을 하는 제 모습이 왠지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라는 사진 속 문구에 전 깊이 동감합니다. 한 개인이 생활을 영위할 경제적 수단을 갑자기 박탈하면서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의한 살인입니다. 젊은이들의 신규 취업도 어려운 상태에서, 나이 든 그들을
받아줄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알량한 퇴직금으로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날
제가 갑자기 회사로부터 그만 나오라는 통지를 받는다면 어떨까요? 생각하기도 싫은 전제인 탓인지, 수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정말 안하는 것 같습니다. 쌍용 노조를 '경제 파탄의 주범' 으로 몰아가는 이들 중 상당수가 바로 언제든 회사에 의해
내몰릴 수 있는 월급쟁이들 아니던가요? 이처럼 역지사지의 정신이 결핍된 사회에서는 언제 자신이 먹이감이 될 지 알 수 없는
캐불안한 상황이 계속됩니다. 나와 같은 처지의 남을 돌보지 않았기에, 나 역시 돌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일하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 보험 참 열심히 듭니다. 노후보장에 언제 생길지 모를
신변에 대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적지않은 돈을 보험료로 냅니다. 사실 그 돈 중 상당수는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고, 보험금을
받는다 해도 그것은 결국 자신의 신변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남을 의미하기에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개인보험은
열심히 들고 돈을 내면서, 정작 사회적 보험에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한게 우리들입니다. 꼭 사회보험 및 공공부조 등 객관적
의미의 사회적 보험만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가장 든든하고 확실한 보험은 바로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끼리 이해
하고 돕는 연대감입니다. 그래야 내가 힘들 때 누군가가 내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같이 싸워줄 수 있으니까요. 돈도 거의 들지
않는 이런 좋은 보험은 외면한채, 우리들은 그저 나와 가족만 챙길 수 있는 보험에 많은 돈을 들여가며 전전긍긍합니다.
우리는 책과 매체를 통해 게임이론에 대해 배웁니다. 이론을 배우며 게임이론 속 재소자들을 어리석다고 비웃고, 그 이론을
만들어낸 이론가들에 대해 감탄하지만 정작 우리가 그 이론 속 어리석은 재소자들이란 사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서로 도우면 최선의 결과를 낼 것이라는 걸 외면한채, 자기만 챙기다가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되는 우리들... '먹고사니즘' 과
'나만 아니면 돼~' 정신에 입각한 우리의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직접 목도하고 있습니다.
쌍용차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된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시나요? 지역 경제를 해치고, 나라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이들이 물러가고 벌을 받게 된 것에 대해 통쾌함을 느끼시나요? 그렇다면 딱 하나만 묻겠습니다...
"당신은 월급받고 회사 다니는 직장인이 아니신가요?"
만약 맞으시다면... 당신이 희망퇴직을 권고받고 일터를 떠날 상황에 몰렸을 때 어떻게 하실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내몰린 자들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무엇인지도 함께 말입니다. 쌍용차 직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권고받는 희망퇴직에는 정작 '희망' 이 없습니다. 호두과자에 호두가 들어있지 않은 꼴입니다. 그들이 희망하지도
않았고, 퇴직 후 삶의 희망도 없는 그 희망퇴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희망하지 않은, 희망없는 희망퇴직이 언젠간
우리의 목을 조를 수도 있음을... 잊지 맙시다. 우린 사업주가 아닌 직장인이니까요.
슬픈 날이라서 그런지 비가 옵니다. 언젠간... 맑은 날이 오겠지요. 희망은 있다고... 믿어야겠죠?
ps. 위 사진을 찍으면서도... 셔터를 누르는 것이 참 죄송했습니다. 그 죄송함의 크기만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