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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3.0> (by 김광수)

yanggang 2010. 4. 26. 21:11


왜 사고 친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가!!!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경제학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윤리에 관한 책이라 보는게 온당할 것 같다. 우리가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경제 때문이 아닌, 경제의 근간이 되어야 할 기본적인 도덕의 부재라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왜 경제 위기 때 위기를 초래한 기업들은 벌을 받지 않으면서 왜 서민들은 구조조정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금모으기까지

해가면서 나라를 살려야 할까. 주식도 부동산 투기도 하지 않고 성실하게 은행에 저축을 한 사람들이 은행이자가 곤두박질

치면서 피해를 당해야 하고, 작금의 경제위기와 하등 관계없는 자식세대가 부모세대의 업보의 희생양이 되어야 할까.

이 모든 것이 현재의 경제가 정의(justice)의 요소가 빠진 자리를 탐욕으로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 분배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비유가 바로 '파이'론이다. 즉, 분배를 하려면 일단 파이를 크게 키우고 나눠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성장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기엔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파이를 나눠먹는 각 주체가 양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많이 먹을 권리를 가진 사람도 배불리 먹은 후엔 나머지 파이를 다른 사람들이 먹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파이가 커져도 주먹센 녀석들이 '파이의 95%는 내꺼" 를 외친다면, 결국 나머지

5%를 두고 벌어지는 이전투구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굶어야 하는 이들은 안중에도 없이, 10개의 파이 조각 중에

4개만 먹어도 배부를 것을 %의 개념으로 탐욕을 채우려다보니 아무리 파이가 커져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 현재의 모든

문제가 다 이런식이 아니던가. 집도, 땅도, 교육도 모두모두...


이러한 욕심쟁이들을 꾸중해야 할 선생님마저 이들 어머니들로부터 촌지를 받고 그 아이들만 편애하는 상황. 이게 우리나라

경제의 현실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사고를 친 욕심쟁이들이 벌을 받기는 커녕 그 책임마저 힘없는 아이들에게 덮어씌우고

자가용타고 휭하니 집에 가버리는 상황... "왜 사고 친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가!" 라는 김광수 소장의 일갈은 바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질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기업들이 자기들이 저지른 상황에 일말의 책임이라도

지려고 했다면 우리가 이렇게 각박하게 살진 않을게다. 적어도 자신들로 인해 일어난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이

금모으기와 구조조정 수용으로 대신 희생당했다면 미안해하는 마음이라도 가져야 인지상정인 것인데... 오히려 자기들 세금

많다며 깎아달라고 징징 우는 그들에게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사실 이 책을 읽은건 앞서 읽은 <진보의 재탄생> 에서 가지치기를 한 것이다. 진중권이 노회찬에게 진보진영의 청사진을  

창출할 수 있는 싱크탱크 이야기를 하며 언급한 곳 중 하나가 바로 김광수 경제연구소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한겨레21이나 여러 진보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재료들을 전문성을 무기로 하여 짧고 쉬우면서도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지루하지 않게 썼다는 점이 <경제학 3.0 >이 지닌 미덕이다. SERI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는

초라한 규모지만... 그래도 이런 연구소 하나쯤 있어서 입바른 소리 톡톡 할 수 있어야 아주 자그마한 희망이라도 보이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진보신당은 과연 김광수경제연구소에 협력 의뢰를 하긴 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