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결산
조금 늦은 2016년 연말 결산.
1. 이직을 했다. 안 좋은 조직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자 노력하는 前 직장의 성실함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낙오자의
심정으로 도망치듯 나왔더랬다. 옮겨본 결과... 조직의 속성은 여기라고 뭐 크게 다른 건 없다. 일은 항상 쌓여있고,
사람들간 알력도 있고, 돌아이들도 일정 비율 존재하며(다행이다. 없다고 생각했더라면 나였을...) 윗 사람 한마디에
풀이 눕듯 누웠다가 일어나는 일상의 반복이다. 그래도... 옮긴 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2. 카메라를 바꿨는데 사진은 덜 찍었다. 이건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의 부지런함이 무뎌지고, 생활에서 무언가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 외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매우 나태해졌다. 반성한다.
3. 검도를 다시 시작했다. 1년을 채우긴 했지만 사실 평균 운동시간은 일주일에 1.5회... 정도? 3단 승단을 할까 했으나
택도 없었고, 시합은 딱 한번 나가서 한번 이기고 두번 지는 3할대 승률을 기록했다.(이건 그냥 못하는거다)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검도라는 운동에 대해서 비로소 두려움이 조금 가셨다는 점에서는 좋은 해였다고 생각한다.
4. 기타도 다시 배웠다. 몇년전에 결혼식 축가를 위해 겸사겸사 배웠으나, 결혼 이후 배운 것을 잊어버리는 속도는
그야말로 순식간. 와이프와 같이 전문 기타리스트분께 교습을 받았고, 처음엔 수제자로 인정받는 듯 하였으나...
중반부터 선생님의 나지막한 한숨과 은근한 짜증을 유발하는 열등생으로 전락하였다.-_-;;; 그래도... 확실히 소수
인원으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게 다르긴 했던 듯. 앞으로도 혼자 띵가띵가 해볼 생각.
5. 독서량은 정말 형편없이 줄었다. 두달에 한권은 제대로 읽었는지...;;;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6. 많이 무기력해졌다. 쉬는 날도 집밖에 잘 안나가고, 한숨 쉬는 횟수가 늘고, 이런저런 일에 불평만 많아진걸 느낀다.
앞으로 뭘 할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지나간 일을 곱씹고 그에 대해서 언짢아하는 빈도가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
남자의 황금기는 마흔이라는데(물론 40대를 넘긴 분들의 이야기다), 아직 30대인 놈이 이러면 안된다. 비록 돌은
씹어먹을 나이는 지났지만, 아직 고기를 씹기엔 무리가 없는 나이가 아니던가.
연초에는 신년 계획을 세워야 하는 법이지만... 올해는 위에 주욱 열거한 것들 중 지난해에 아쉬웠던 점을 채워나가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좀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리빌딩의 해랄까. 2017년의 모토는 '뭐라도 하기' 로 하고 분주하게
빨빨거리며 다니는 그런 일상을 보내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