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은 뭐라고 했을까?
(2016.10.24, @종로)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 라는 박종철 죽음에 대한 독재정권의 궤변과, '물대포를 맞고 병원에 가긴 했지만,
사인은 병사다' 라는 백남기 농민 죽음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개소리는 사실 같은 맥락과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정권에 의해 발생한 죽음을 황당한 언설로 꾸역꾸역 덮어버리려 한다는 것.
하지만 다른 것은... 박종철은 밀실에서 혼자 고문을 받으며 너무나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했으나 그 죽음을
외면하지 않은 양심적인 의사가 있었던 반면, 백남기 농민은 많은 이들의 앞에서 명백한 원인에 의해 쓰러졌지만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먹은 어떤 의사와 그 소속집단에 의해 사후에도 처참히 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박종철씨의 치사 사건이 지금 벌어졌다면... 그래서 어떤 용기있는 사람들에 의해 그 진실이 폭로되었다면...
과연 87년도와 같은 항쟁이 일어났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지식과 권위를 정의와 상식이 아닌, 그저
정권의 마름 노릇을 위해 남용하고 있는 소위 '전문가' 들이 득실대고, 그들의 발언을 확성기처럼 떠드는 시정
잡배와 같은 매체들의 볼륨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남기 농민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국가의 폭력에 스러져감에도 우린 그 사실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
분명히 세상은 진보했다는데... 왜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감수성은 무뎌져만 가는 것일까.
29년전... 그 야만의 시대에 꽃다운 나이를 뒤로 하고 하늘로 간 박종철이 지금 이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면...
그는 과연 어떤 말을 우리에게 건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