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진 않았지만...
(@신문로)
'태풍이 지나가고' 를 보고 나오던 길...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마음에 일말의 헛헛함과 서글픔이 가시지 않아서였는지, 어둑해져가는 와중에
환하게 남아있던 구름도 왠지 그냥 쓸쓸하게만 다가왔다.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들에게 '그래서... 지금 너희는 어릴적 꿈꾸던 그런 어른의 삶을 살고 있'느냐며
따뜻한 말투를 하고서는 냉정하게 물어보지만,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그저 궁색하기만 하다.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가, 혼자 터덜터덜 퇴근길을 걷고 있다가도
"난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라는 한가지 의문에 아직 확답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꿈을 이루었다고 제대로 산다고 할 수는 없을게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엉망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그렇다고 언제 내가 그 꿈을 꾸었냐며 모르쇠로 살아가는
것이 답일까. 그렇게 하기엔... 지금은 내게서 찾을 수 없는 그 때 그 순진함과 마음의 열기가 너무 아까워서
안될 것 같다. 그래서... 제대로 산다는게 뭔지에 대한 답을 찾는건 요원하고, 그래서 이렇게 마음을
푹~ 찌르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그 후유증이 꽤나 오래 가곤 한다.
아직 난 인생에서 겪어내야 할 태풍의 초입 정도에 들어가 있고, 그것이 지나가려면 평생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때마다 이 영화가 던져준 질문들을 되뇌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찾아서라도 볼 것만 같다.
이토록 어른이들을 깊이 이해해주는 감독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