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
그 가을, 그 하늘
yanggang
2016. 8. 29. 00:54
(@빌라 옥상)
난 매사에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는 사람이지만... 참 드물게도 몇 가지 확실한게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난 여름을 증오하고 가을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좋은 이유를 들어도 난 여름이 싫다. 그건 내 스스로가 하루종일 땀을 줄줄 흘려대는
내 몸뚱이를 견딜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가 뭔데 내가 나 스스로를 미워하도록 만든단 말인가.
그래서 난... 귀뚜라미가 울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럽다.
하지만 그렇게 코끝이 싸해지고 조금은 맵싸한 가을냄새가 나면... 희망을 좇다가 절망을 벗삼던
그 때가 생각나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이 가을을 잘 보내면 내년 봄이 따뜻하겠지' 란 마음으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때도... 하늘은 저 사진처럼 참 지독하게 황홀했더랬다.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저런 하늘을 넋을 놓고 바라만 봤던 것 같다.
그 때 마음 속의 불안감을 태우기 위해 애꿎은 담배만 계속 피우면서.
꿈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땀처럼 끈적이는 현실을 살고 있지만...
이렇게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고 하늘이 높아지면 행복해지다가도 가슴 한켠이 알싸해지는 그 느낌은...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해도 잊혀지지 않고 똑같이 반복될 것만 같다.
내가 결코 여름을 좋아할 수 없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