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인질극... 그리고 정청래
(출처 : 오마이뉴스)
# 난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 주민으로서 정의원의 컷오프를 이해하지 못한다. 몇달 전 자동차를 살 때 나에게 차를 팔던 자동차
딜러의 입에서도, 어제 망원동에서 저녁을 먹을 때 우리 옆에서 향우회를 하던 아저씨들 입에서도 정청래라는 이름은 참 스스럼
없이 친근하게 흘러나왔다. '의원님'이 아니라 '정청래 그 사람' 이라 불리며 지역 주민들과 격의없이 지내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 의정활동 실적과 지역민들 의견에 관계없이 알 수 없는 밀실논의에 의해 선거에 나설 수 없다는
비상식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나? 난 정청래라는 사람이 국회와 사회 다방면을 누비며 하고 있는 여러 활동을 논외로 하고...
그의 지역활동의 혜택을 입고 있는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이 컷오프에 반대한다.
# 공관위의 수장이라는 작자가 '이중 잣대' 라는,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으며 이성을 잃은 칼춤을
췄음을 인정하는 그 오만의 근거는... '이래봤자 니들이 어쩌겠어?' 라는 아주 좆같은 오만함이다. '니들 새누리당 싫지?
그렇다고 정의당 갈꺼야? 우리가 어떻게 하든 니들은 갈 데 없어... 그냥 따라와' 가 그들의 솔직한 심정일게다. 우리에게
답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북한과 종북좌빨을 빌미로 노인층을 중심으로 한 여당 지지자들을 인질로
잡는 것과 마찬가지로, 더민주는 오로지 새누리당을 빌미로 야당 지지층을 인질로 잡는다. 아주 비열하고 저질이라는 점에서
이 둘은 완벽한 데칼코마니다.
# 지금 김종인 비대위가 잘하고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국민의 당 분당과 필리버스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순수 지지층의
마음도 계속 잃고 있는 상황이고, 경제 프레임으로 승부한다고 했지만 총선이 31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놓은 정책은
국민연금을 임대주택 및 보육시설에 투자한다는 것과 노인 기초연금 인상해준다는 것 외에는 보이는게 없다. 여기서 좀 더
확실하게 프레임 싸움을 진행해도 모자란 시간에 이렇게 지지자들 마음을 떠나보내는 공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무슨 놈의
전략가의 모습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만약 야권통합 운운하며 국민의 당 인사들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으로 총선은
물론 야당 개혁도 끝장이다.
#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번 총선에서도 더민주를 포함한 야당은 여당에게 이길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야당의 선전을
위해서는 비록 이번 판은 지더라도 후회없이 제대로 싸우고, 이번 기회에 야당 안에 있는 소위 '사쿠라' 들을 확실히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언론 눈치보고, 중도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개혁에 실패한다면, 어떤
히어로가 와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수없이 겪지 않았던가. 김한길 처럼 자기 이익을 위해 당을 스스럼 없이 버리는 기회
주의자, 그리고 끊임없이 내부에서 당을 흔드는 박영선, 이종걸 따위를 끌어안기 위해 정청래를 버리고 정의당 같은 다른
야당과의 연대를 포기한다면 앞으로도 희망은 없다.
#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누려왔던 스톡홀름 신드롬은 그나마 그 자들이 인질들을 어르고 달래는 책략에 능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더민주에겐 그런 모략가가 없다. '우리가 이런다고 탈당하고 투표 안하면 이번 선거판도 또 새누리당한테
넘어갈꺼야. 그건 무지몽매한 니들 책임이지' 라는 되먹지 못한 인질극으로는 스톡홀름 신드롬은 커녕, 그 인질들이 가진
칼이 더민주의 등을 찌르고 말 것이다. 그러니... 그나마 필리버스터로 얻은 그 작지만 소중한 지지를 잊지 말고 지금이라도
정석을 취했으면 한다. 그 작은 시작은... 정청래에 대한 공천이다.
※ 정청래 의원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가볍고 실수도 많지만... 그래도 현 정권의 폭압에 대해 야당으로서의 할 말은
거침없이 하는 몇 안되는 국회의원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야당 의원 중에 이 사람보다 의원 활동을 잘한다는 얘기 들을만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어제자(3/12) '김어준의 파파이스' 멘트를 옮기며 줄입니다.
사람들이 야당은 대체 어디서 뭘하고 있냐고 답답해 할 때, 야당 여기 있다고 손들고 나온 맨 앞줄에
섰던게 정청래 의원입니다. 맨 앞줄에 서있느라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 참 많이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