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

만나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yanggang 2015. 2. 15. 12:34




# 이중섭 전시회를 꽉 채우고 있는 정서는 바로 '애잔함' 이었다. '니가 옆에 있어도 나는 니가 그립다' 류의 말랑말랑한 


연정이 아닌,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는 현실의 궁핍과 시대상황 때문에 생이별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사무치는 그리움. 그림들도, 편지글과 삽화들도... 모두 유쾌하고 웃음기를 머금고 있음에도 그 사무치는 그리움이 너무나


강렬해서, 100년이 지나 그 작품들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특히... "아빠가 가서 자전거 사줄게"라는


아빠 마음 가득담긴 문장이 왜 그리도 슬펐을까. 



#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고 쉽게 누리고 있는 '가족' 이라는 공동체가, 약 100여년전 한 남자에게는 그토록 함께 하고 싶어도


결국 죽을 때까지 끝내 함께할 수 없었던 환상같은 존재였다는 것... 그래서 그가 남긴 그림과 편지의 주제가 모두 가족이 함께


모여 물고기와 게를 잡고 끌어안는 꿈결같은 장면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라는 간절한 낙관이 결국


이뤄지지 않고 후세에 전해지는 작품으로만 남겨져야 했던 운명이 하늘에서도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 사진 속에 담긴 "만나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또 만나고 싶어서 머리가 멍해져버린다오" 라는 편지 속 한 구절은 이중섭


이라는 남자가 품고 있던 그리움의 깊이가 너무 절실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보고 싶을 때 사람의 머릿 속이


멍해질 수 있는 것일까. 제주도 어느 골방에서... 가족들을 그리워하다가 멍하니 어딘가를 보고 있었을 한 남자를 생각하니


정말 많이 슬퍼졌다.